"숲 자주 바라보기만 해도 항암 효과"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입력 2014.03.25 03:17
"헬스클럽만 다니면 지루하고 재미없어서 운동을 규칙적으로 장기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가끔은 자연 속에서 오감(五感)을 느끼며 걷고 사색을 해야 건강관리에 대한 동기 부여도 되고, 생명에 대한 경외감도 갖게 돼, 일상 삶 속에서 몸과 정신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숲 치료죠."
스트레스 관리 전문가인 인제대 의대 서울 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종민〈사진〉 교수는 숲과 자연환경을 도시인에게 필요한 최고의 힐링 수단으로 꼽는다. 그는 "별도로 운동할 시간이 없는 현대인에게 가장 좋은 건강 증진법은 일상에서 가능한 신체 활동을 늘리는 것과 중간중간 도심의 자연환경 속에서 걷기와 명상을 하는 것"이라며 "우리 주변에는 공원, 성곽, 야산, 개울가, 고궁, 왕릉 등 잠시나마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숲 경관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뇌 활동과 산소를 나르는 헤모글로빈 활성에 영향을 미쳐 긴장 상태가 완화된다"며 "숲을 자주 보고 그 속에서 걷는 활동은 면역력을 최고로 해 항암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2박 3일 정도의 숲 체험이나 삼림 캠프를 해도 암세포를 잡아먹는 NK 면역 세포의 활성이 높아진다"며 "다양한 경사를 걷거나 뛰는 숲 속 운동은 같은 시간대 도시 환경 운동보다 심박수와 체온을 더 크게 높여 운동 효과를 극대화한다"고 말했다.
우 교수팀은 최근 의료기관과 상담기관,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이른바 감정 노동자 370명을 대상으로 삼림 이용 빈도와 스트레스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숲 속 걷기나 삼림욕을 많이 한 집단은 우울감이나 직무 관련 스트레스 반응 점수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확실히 낮았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잘 견디고 이겨내는 스트레스 회복력도 높았다. 근무로 인한 정서적 고갈과 성취감 감소는 적게 일어났다. 이런 현상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의 감소, 심리 안정을 유도하는 뇌파의 증가와도 연관됐다. 즉 평소에 자연환경 속에서 걷고, 움직이고, 사색하는 사람들이 심리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몸 상태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 교수는 특히 뚱뚱한 사람일수록 숲 속 운동을 할 것을 권한다. "비만한 사람은 자기 신체에 대한 열등감과 무력감이 있어요. 헬스클럽에 가면 사람들이 자기만 쳐다보는 줄 알고 눈치를 보고 창피해하죠. 다이어트에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운동에 대한 무력감도 있고요. 하지만 숲 속 운동은 우리가 잊었던 감각을 되살려 주면서 몸에 대한 자존감을 높여줍니다. 그 안에서 걸으면 앞으로 더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갖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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