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단맛 버릇이 성인 비만 부른다
고등학생이 당분 가장 많이 섭취
중앙일보 박현영 입력 2014.05.14 02:50 수정 2014.05.14 07:05
초등학교 3학년 이모(10)군은 햄버거와 피자를 먹을 때마다 콜라 1~2잔을 항상 같이 마신다. 갈증이 날 때도 물 대신 주스에 먼저 손이 간다. 좋아하는 간식은 빵이나 아이스크림. 콜라 한 캔(250㎖)에는 26g, 주스 한 병(210㎖)에는 29g의 당분이 들어 있다. 하루에 음료수 2잔만 마셔도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당분 섭취량 기준(성인의 경우 열량 2000㎉ 기준으로 50g 이내)을 훌쩍 넘는다.
실제로 한국 어린이의 당분 섭취량은 성인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12~18세 청소년의 1인당 하루 평균 당분 섭취량은 69.6g였다. 국민 전체 평균(61.4g)보다 13% 높았다. 당분 섭취량은 고등학생(71.5g), 중학생(70.2g), 초등학교 고학년생(63.4g) 순으로 높았으며, 초등학생 저학년(60g)만 평균을 밑돌았다.
당류 과잉 섭취의 주범은 콜라·주스 같은 음료수다. 12~18세 청소년은 하루 평균 당 섭취량의 68%를 가공식품을 통해 얻으며, 그중 30%를 음료수가 차지한다.
식약처 이혜영 연구관은 "어려서 단맛에 길들면 어른이 되고도 단것을 즐겨 먹는 습관이 생긴다. 당분을 과잉 섭취하면 비만·당뇨병·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니 어릴 때부터 당분을 잘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적절한 당분 섭취를 교육하기 위해 학생들 눈높이에 맞는 교재와 교사용 지침서, 단맛 미각 판정 도구를 개발해 일선 학교에 제공하기로 했다.
◆배 불러도 먹는 건 뇌 신경세포 이상 탓='배가 부르다'는 신호를 받는 뇌 신경세포에 이상이 생기면 비만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김민선 교수팀과 가천대 이봉희 교수팀이 쥐를 대상으로 연구해 밝혀냈다. 이 연구에서 식욕을 조절하는 중추인 뇌 시상하부의 섬모(纖毛·운동성 세포기관) 길이가 비만인 쥐는 모두 짧아져 있었다.
김 교수는 "동물의 몸은 배가 부르다는 신호를 뇌로 보내는데, 안테나처럼 신호를 수신하는 신경세포 섬모가 짧아져 에너지 과잉 상태를 감지하지 못하는 게 비만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 기초·임상의학 학술지 '임상연구저널(JCI)'에 실렸다.
박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