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고혈압, '질병 前 단계'서 관리해야 완치
조선일보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4.02.19 07:01
한의학에는 '미병(未病)'이라는 개념이 있다. 건강하지는 않지만 질병이라고도 볼 수 없는 '질병 전 단계'를 뜻한다. 질병 예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료계에서 미병 상태를 적극적으로 관리·치료를 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완치가 쉽지 않은 당뇨병, 고혈압이 여기에 해당된다.
세브란스병원 VIP건강증진센터 김광준 교수는 "당뇨병·고혈압은 정상이었다가 한 순간에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 단계를 거친다"며 "최근 건강검진을 통해 '질병 전 단계' 상태인 경우가 많이 발견돼 병원에서 치료·관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공복혈당장애(당뇨병 전 단계)
8시간 금식 후 잰 혈당이 100~125㎎/dl일 때를 말한다. 30세 이상에서 당뇨병 전 단계인 '공복혈당장애' 유병률은 22.2%이다.(당뇨병 9.9%, 2012년 국민건강통계)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당뇨병 전 단계 환자 중 11%가 매년 당뇨병 진단을 받는다.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따르면, 당뇨병 전 단계 때 혈당을 낮추는 식이요법, 운동 등을 하면 약 48%는 당뇨병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약물 요법을 시도할 경우 31%를 막을 수 있다. 김광준 교수는 "당뇨병 전 단계라면 적정 칼로리를 섭취해야 하며, 특히 과당·포화지방·트랜스지방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당뇨병 약은 췌장이 망가지는 속도를 늦춰 당뇨병 발병을 막는다.
◇고혈압 전 단계
혈압이 120~139/80~89㎜Hg일 때이다. 30세 이상에서 고혈압 전 단계의 유병률은 26.6%다.(고혈압 31.5%) 미국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NHLBI)에 따르면, 고혈압 전 단계를 방치할 경우 4년 내 고혈압이 발병할 위험이 정상 그룹의 2배였다. 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박성미 교수는 "당뇨병과 달리 고혈압 전 단계에서는 약물을 쓰지는 않는다"며 "약을 미리 썼을 때 심혈관이나 뇌혈관의 합병증을 예방한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저염식은 꼭 지켜야 한다. 외식·가공식품 섭취는 최소화하고 국물도 가급적 적게 먹어야 한다.
◇간질환 전 단계
간수치(ALT)의 정상범위는 0~40이다. 40이 넘으면 간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간수치가 정상 범위에 속하더라도, 20~40으로 높은 편이면 지방간 등 간질환의 위험이 높다. 허내과 허갑범 원장팀이 일반인 769명을 조사한 결과, 간수치(ALT)가 높을수록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허 원장은 "간수치가 남자는 20 이상, 여자는 16 이상일 때 지방간 위험이 확실히 높아진다"고 말했다. 지방간 예방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몸속 지방을 소모해야 한다. 일주일에 3회 이상 땀이 날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하고, 탄수화물은 줄이고 근육량을 늘려주는 단백질을 챙겨 먹어야 한다.
◇신장질환 전 단계
신장의 노폐물 여과 기능을 살펴보는 사구체여과율(GFR)이 60 이상이면 정상이다. 최근에는 60~89에 해당하면 신장 기능이 떨어져있는 상태로 본다. 남서울내과 이중건 원장은 "이에 해당되면 짜게 먹지 않고, 진통제·항생제 등 불필요한 약물 복용을 삼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신장을 망가뜨리는 가장 큰 원인은 당뇨병이므로 혈당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정상 혈압 유지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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